노멘클레이터 (Nomenclator)
노멘클레이터는 문자 치환 암호와 자주 쓰는 이름·단어를 기호나 숫자로 바꾸는 소형 코드북을 결합한 역사적 암호 체계로, 15~19세기 유럽 외교 통신에서 널리 쓰였습니다. 단어 목록 일반을 뜻하는 '명명록'이 아니라 암호학의 특정 체계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라틴어 nomenclator는 본래 손님의 이름을 불러 주던 고대 로마의 시종을 뜻했습니다.
자세히 알아보기
노멘클레이터는 두 부분으로 이뤄집니다. 첫째는 알파벳 한 글자를 다른 기호로 바꾸는 치환표입니다. 빈도 분석을 어렵게 하려고 흔한 글자에는 여러 기호를 배정하는 동음 치환을 쓰거나, 아무 뜻 없는 '널(null)' 기호를 섞기도 했습니다. 둘째는 왕·대사·도시 이름, 자주 쓰는 단어와 구절을 통째로 숫자나 기호 하나로 바꾸는 목록, 즉 코드 부분입니다. 메시지를 쓸 때는 목록에 있는 단어는 코드로, 나머지는 한 글자씩 치환해 적었습니다.
시대가 흐르면서 코드 목록은 수십 개에서 수천 개 항목으로 커졌습니다. 초기에는 코드 목록이 알파벳 순서와 숫자 순서가 함께 증가하는 '1부식'이어서 일부 코드를 알면 나머지를 추측하기 쉬웠고, 이후에는 순서를 뒤섞고 암호화용·해독용 목록을 따로 두는 '2부식'으로 발전했습니다. 이런 대형 코드북 체계는 19세기 이후 전신 시대의 상업·외교 코드북으로 이어집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례도 많습니다. 1586년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가 배빙턴 음모에 가담하며 주고받은 서신은 노멘클레이터로 암호화되어 있었지만, 잉글랜드 측 해독가 토머스 펠리프스에게 해독되어 처형의 증거가 되었습니다. 프랑스 루이 14세 시대 로시뇰 부자가 만든 '대암호(Great Cipher)'는 음절 단위 숫자 코드를 써서 오랫동안 풀리지 않다가 19세기 말에야 해독되었습니다.
블록체인·암호화폐에서는
노멘클레이터 자체는 현대 암호에서 쓰이지 않습니다. 코드북은 통째로 유출되면 모든 통신이 노출되고, 키를 바꾸려면 책 전체를 다시 배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에는 공개된 알고리즘과 짧은 비밀 키로 안전성을 확보하는 케르크호프스 원칙이 표준입니다. 다만 단어 목록으로 비밀을 표현한다는 발상은 BIP-39 니모닉처럼 다른 목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니모닉 단어 목록은 공개되어 있고 비밀은 단어의 조합에 있다는 점이 노멘클레이터와 다릅니다.
쉽게 말하면
글자를 바꾸는 비밀 알파벳표와 "왕 = 37, 군대 = 512" 같은 비밀 단어장을 한데 묶은 옛날 암호 장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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